이 레벨의 주제

경험 있는 게임 디자이너들이나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레벨 1이 느리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이 레벨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밸런스 업무를 부여받은 게임 디자이너의 마음가짐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제가 앞으로 게임 밸런스를 이야기하면서 제대로 뜻이 통하도록 기본 어휘부터 설명할 겁니다.

튜토리얼 레벨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이후 레벨이 올라가면서 난이도도 올라갈 겁니다.

게임 밸런스란?

"게임 밸런스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어쩌면 대답이 너무 단순할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게임 밸런스란 게임에서 사용할 숫자들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숫자나 계산이 없는 게임들은 어떨까요? 가령 술래잡기에는 숫자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술래잡기에는 '게임 밸런스’라는 개념이 의미가 없을까요?

사실 술래잡기에는 숫자가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가 달리는 속도와 거리, 각 플레이어 사이의 거리, 놀이 공간의 크기, 누군가 술래가 되는 시간의 길이 등, 뭐, 프로 스포츠도 아니니 보통 술래잡기를 하면서 이런 숫자들을 세세하게 따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프로 스포츠였다면 저런 온갖 숫자들이 나열된 통계 사이트가 있었으리라 장담합니다!

즉, 모든 게임에는 숨겨졌든 명백하든 숫자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숫자들이 게임의 상태를 설명합니다.

게임의 밸런스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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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밸런스를 판단하는 일이 항상 쉽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체스는 완전히 균형 잡힌 게임이 아닙니다. 첫수를 두는 사람에게 약간의 이점[1]이 오랫동안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이 불균형이 구조적인 것인지 (실제로 첫수에 진정한 전술적/전략적 이점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심리적인 것인지 (플레이어들이 첫수 이점을 단정하기 때문에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지)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이점은 선수권 대회 수준에서만 관찰됐고 실력이 낮은 사람들 사이의 플레이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체스는 여러 형태로 수천 년 동안 플레이된 게임인데 아직도 그 밸런스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체스는 플레이어들의 높은 실력이 불균형을 드러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반대로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이 영리한 플레이로 타고난 불균형을 고치기도 합니다. 카탄의 개척자[2]는 플레이어 사이의 자원 거래가 게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만약 어떤 플레이어가 시작 위치 때문에 약간 유리하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한동안 그 플레이어와 거래하지 말자고 (혹은 그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거래만 제안하자고) 합의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하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약간의 초반 이점을 인지할 수 없어 이런 플레이가 나타나지 않지만, 선수권 수준에서는 플레이어들이 타고난 불균형을 더 잘 인지하고 그에 따라 플레이합니다.

한 마디로 게임 밸런스는 쉽거나 뻔한 일이 아닙니다.

어휘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밸런스를 이야기하는 데 사용할 핵심 용어 몇 가지를 정의해보겠습니다.

결정성과 비결정성

이 논의에서 "결정적" 게임이란 어떤 게임 상태로 시작해서 특정한 행동을 하면 언제나 같은 게임 상태로 이어지는 게임입니다.

체스와 바둑, 체커는 모두 결정적입니다. 말을 움직였는데 예상할 수 없는 주사위 굴림 때문에 말을 잃거나 하는 일이 없습니다. (물론 비결정적인 변종을 플레이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요.)

모노폴리와 뱀과 사다리[3]는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두 게임 모두 플레이어가 앞으로 나아가는 부분에 무작위적인 장치가 존재해 다음 차례에 얼마나 갈 수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포커 역시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동일한 게임 상태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패와 테이블 위에 앞면이 보이는 카드가 동일한 경우) 상대가 가진 카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게임의 실제 결과는 다를 겁니다.

가위바위보는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손을 냈을 때 상대의 손에 따라 때로는 이기거나, 때로는 지거나, 때로는 비기기 때문입니다.

비결정적인 게임에도 결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뱀과 사다리에서 주사위를 굴리고 난 후, 포커에서 콜을 한 뒤, 가위바위보에서 손을 낸 뒤에는 게임의 (결정적인) 규칙에 따라 전개됩니다. 여러분이 주먹을 냈고 상대가 보를 냈다면 그 결과는 언제나 같습니다.

아케이드의 고전 팩맨과 그 후속작 미즈 팩맨을 비교해보면 결정적 게임과 비결정적 게임의 차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팩맨은 완전히 결정적이었습니다. 유령들은 순수하게 현재 게임 상태에 의존하는 AI를 따릅니다. 그 결과 어떤 레벨에서 정해진 조작 입력을 따르면 매번 언제나 동일한 결과가 나옵니다. 이 결정적인 성질 덕에 어떤 플레이어들은 패턴[4]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팩맨은 쫓고 쫓기는 게임에서 패턴을 암기하고 실행하는 게임이 됐습니다.

이게 결국 문제가 됐습니다. 아케이드 게임들이 수익을 내려면 플레이어들의 평균 플레이 시간이 3분 내외가 되어야 했는데, 패턴으로 플레이하면 수 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미즈 팩맨에는 비결정적인 요소가 추가됐습니다. 가끔 유령이 무작위로 갈 방향을 정하게 됐죠. 그 결과 팩맨의 게임플레이는 패턴 실행에서 빠른 사고와 반응으로 초점이 돌아갔고, (최소한 선수권 수준에서는) 두 게임의 플레이 양상이 꽤 다릅니다.

그렇다고 비결정적인 게임이 항상 더 "낫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결정적인 게임인 체스와 바둑은 수천 년 동안 플레이됐습니다. 오늘날 게임 디자이너들 입장에선 자기 게임이 출시되고 2, 3년 플레이돼도 행운인데요. 그러니까 요점은 어떤 게임이 더 낫다는 게 아니라 결정적인 게임과 비결정적인 게임은 밸런스 분석 방법을 달리한다는 겁니다.

결정적 게임은 이론적으로는 모든 가능한 수를 살펴보고 최선을 판단하는 막무가내식 분석이 가능합니다. 가능한 수가 너무 많아 막무가내는 불가능한 경우처럼 (바둑처럼) 있지만, 적어도 어떤 경우(보통 게임 초반과 종반)는 약간의 계산으로 최적의 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비결정적 게임은 다릅니다. 비결정 게임에서 각 수의 승률을 파악하려면 매번의 플레이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해하고 확률을 활용해야 합니다.

해결 가능성

여기서 게임의 해결 가능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집니다. '해결’할 수 있는 게임이란 플레이하는 어느 시점마다 한 가지 '최고’의 수가 존재하며 플레이어가 그 수를 파악할 수 있는 게임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게임이 해결 가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플레이어가 이미 최선의 수를 안다면 모든 결정이 뻔해지고 게임에 더는 흥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해결 가능성에는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고 어떤 것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습니다.

하찮은 해결 가능성

보통 해결 가능성이 좋지 않은 경우는 하찮게 해결 가능한 게임, 인간의 정신이 실시간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틱택토가 가장 흔하게 나오는 예죠. 아직 그 해법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이 게임을 흥미롭게 여기지만, 얼마지 않아 모든 조합을 파악하고 게임을 해결해 더는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됩니다.

tictactoe

하찮게 해결할 수 있는 게임이라도 그 밸런스를 논의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틱택토에서 양쪽 모두 최적의 플레이를 한다면 그 결과는 언제나 무승부고 이런 점에서 이 게임은 밸런스가 잡혔다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틱택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살펴보면 X가 O를 이기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첫수 이점이 있어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 최적의 플레이를 하면 그 이점은 사라지지만요.)

이론적인 완전 해결 가능성

체스와 바둑처럼 이론적으로는 해결 가능하지만 조합이 너무 많아 인간 정신이 (심지어 컴퓨터로도) 현실적으로 전부 해결할 수 없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해결 가능하면서도 흥미로운 게임입니다. 그 복잡성이 우리의 해결 능력을 능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임은 밸런스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실질적인 해법을 모르고 해결할 수단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직관이나 (때로는 상충하는) 전문 플레이어들의 의견, 수많은 선수권 수준 게임들의 통계에 의존해 단지 추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또 다른 비효율적인 방법으로는 컴퓨터가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올라가길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가 있습니다.)

비결정적 게임의 해결

비결정적 게임은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비결정적 게임에는 무작위 혹은 미지의 요소가 있는 만큼 '최적’의 플레이가 승리를 (심지어 무승부도)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결정적 게임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단지 그 '해법’이 많이 다를 뿐입니다. 이 경우 해법이란 승리 확률을 극대화하는 행동들이 됩니다.

포커가 여기서 흥미로운 예가 됩니다. 플레이어에게는 자신의 패와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패의 정확한 승률을 계산할 수 있고 실제로 선수권 플레이어들은 이게 실시간으로 가능합니다. 따라서 모든 베팅은 최적이거나 또는 그렇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300달러를 딸 확률이 50 대 50이라고 계산했고 10달러를 더 걸어야 계속할 수 있다고 하면 계속하는 게 최적의 수입니다. 10달러를 잃을 확률이 반, 300달러를 딸 확률이 반이라면 베팅하는 게 '해법’입니다.

만약 포커가 해결 가능한 게임이라면 계산기로 확률을 계산하고 그 숫자에 따라 베팅을 결정하는 지루한 게임으로 전락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게임 밸런스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상황은 위험합니다. 플레이어가 최적의 수를 알 뿐 아니라 때로는 최적의 수가 패배로 이어져 확률을 계산하는 실력을 벌하는 꼴이 됩니다. 이런 게임에서는 해결 가능성이 플레이어에게 좌절감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피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포커가 이 문제를 피하는 방법, 포커가 그렇게 흥미로운 게임인 이유는 플레이어가 블러핑을 위해 최선과 거리가 먼 방법으로 플레이하길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대의 행동이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테이블 건너편 사람이 공격적으로 베팅을 한다면 그 사람이 좋은 패를 가졌고 여러분이 모르는 정보를 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저 계산을 못 하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계산에 능한데 이길 가망이 없는 패로 높게 베팅해서 자기가 좋은 패를 가졌다고 착각하게 만들려는 걸까요? 이런 인간적 요인은 해결할 수 없지만, 게임의 해결 가능한 부분이 플레이어들에게 정보를 줍니다. 그래서 높은 수준의 포커는 수학보다는 심리 게임입니다. 이런 심리적 요소들 때문에 숙련된 플레이어들이 하는 포커는 순전한 운의 게임이 아니게 됩니다.

비이행 게임의 해결

비이행 게임이란 '가위바위보류 게임’을 근사하게 부르는 이름입니다. 가위바위보의 결과는 두 사람이 동시에 내린 선택에 달려 있으니 최적의 수가 존재하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해결 가능합니다. 그 해법이 다른 종류의 게임들과 좀 다를 뿐입니다.

가위바위보의 해법은 1:1:1의 비율, 즉 모든 손을 동일한 비율로 내는 방법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손을 다른 것들보다 많이 낸다면 (가령 보를 더 많이 낸다든가) 상대는 여러분이 선호하는 손을 이기는 손(가위)을 더 자주 낼 수 있고, 그러면 평균적으로 상대가 약간 더 많이 이기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가위바위보의 '해법’은 장기적으로 각 손을 동일한 빈도로 내는 것입니다.

게임의 규칙을 바꿔 바위로 승리한 경우 두 번 이긴 것으로 친다고 해보죠. 그렇다면 다른 비율의 다른 해법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새로운 비율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방법은 나중 레벨에서 다룰 겁니다. 이 방법은 가령 실시간 전략 게임에서 유닛들의 상성이 비이행적이지만 특정 유닛은 더 특별하고 귀하게 만들고 싶을 때 유용합니다. 유닛들의 상대적인 능력을 조정해서 특정 유닛을 전반적으로 더 효율적이거나 강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최적의 플레이를 고려해) 각 유닛의 출현 빈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완전 정보

해결 가능성과 관련된 개념으로 정보의 이용성이 있습니다. 완전한 정보가 있는 게임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언제나 게임 상태의 모든 요소를 알고 있습니다. 그 예로 체스와 바둑이 있습니다.

여기서 *완전한 정보가 있는 결정적 게임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해결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정보가 불완전한 게임들은 개별 플레이어가 게임 상태 전체를 알지 못합니다. 하트나 포커 같은 카드 게임이 그렇습니다. 이 게임들에선 플레이어마다 상대들은 알지 못하는 특권 정보가 있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가진 정보의 파악이 게임플레이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하트의 경우 각 플레이어가 아는 정보를 모두 합하면 전체 게임 상태, 즉 완전 정보가 됩니다.

어느 플레이어도 알 수 없는 정보가 있는 게임들도 있습니다. 카드 게임 러미가 한 가지 예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버린 카드 더미에 있는 카드 정보를 알고 (공통 정보), 각 플레이어는 각자 지닌 패를 알지만 상대의 패는 모르고 (특권 정보), 어느 플레이어도 드로우 덱에 남아있는 카드나 카드 순서는 모릅니다(숨긴 정보).

매직: 더 게더링 같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은 특권 정보에 한 가지 층위가 더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이 전개될 가능성에 대한 특권 정보를 주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각 플레이어는 자기 덱에 있는 카드 내용을 알지만 상대 덱은 모르는데, 카드가 나올 정확한 순서는 어느 플레이어도 모릅니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제한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카드들이 있고(상대의 패나 덱을 엿보게 해주는 카드라든가), 덱 구성의 묘미가 정보 습득과 실질적인 공격 및 방어 사이의 저울질에 있다는 점입니다.

대칭성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개념으로 게임의 '대칭성’이 있습니다. 대칭적인 게임은 모든 플레이어가 정확히 동일한 시작 지점과 동일한 규칙을 부여받습니다. 체스는 흰 말이 먼저 움직인다는 작은 디테일을 제외하면 '거의' 대칭입니다.

체스가 대칭이 되도록 규칙을 바꿀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한 가지 예로 만약 두 플레이어가 자기 수를 동시에 적어놓고 동시에 공개해서 해결하게 하면 게임은 완전한 대칭이 될 겁니다. (실제로 이런 변종들이 존재합니다.) 다만 이 경우 대칭이 복잡성을 늘린다는 점에 주목해 보세요. 두 개의 말이 같은 칸을 향하거나 교차하는 경우, 한 말이 들어가는 칸에 있던 말이 마침 빠져나가는 경우를 다루는 추가 규칙들이 필요하게 됩니다.

어떤 점에서 보면 완벽하게 대칭인 게임은 자동으로 밸런스가 잡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하게 시작하기 때문에 최소한 시작에는 어떤 플레이어도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칭성만으로는 게임 오브젝트나 전략의 밸런스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다른 말보다 훨씬 강한 말이 존재하거나 특정 전략이 확연하게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완벽한 대칭성은 밸런스 잡힌 게임을 만드는 '쉬운 길’이 아닙니다.

메타게임

말 그대로 "게임을 둘러싼 게임"을 뜻하는 '메타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동안 벌어지지만 다음 게임을 이길 기회에 영향을 주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매직: 더 게더링 같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 좋은 예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과 게임 사이에 덱을 구성하고 그 덱의 내용이 승리 가능성에 영향을 줍니다. 선수권 수준의 포커, 심지어 대회 수준의 가위바위보에도 메타게임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상대가 흔히 하는 행동과 전략을 분석합니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스카우트, 드래프트, 트레이드, 훈련 등 게임 사이에 온갖 일들이 일어납니다.

메타게임의 영향이 큰 게임에서는 메타게임의 밸런스도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게임 자체가 밸런스 잡혔다고 해도 메타게임의 불균형이 게임의 밸런스를 망칠 수 있습니다. 프로 스포츠가 좋은 예입니다. 더 이기는 팀이 더 많은 돈을 벌고, 돈이 더 많은 팀이 더 좋은 선수를 모으고, 그래서 더 많은 게임을 이길 가능성이 늘어나는 선순환 고리는 어느 프로 스포츠에서나 나타납니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서 다들 양키스를 싫어합니다.)

이런 선순환을 통제하는 메타게임 장치를 갖춘 스포츠도 있습니다. 미식축구의 경우 다음과 같습니다.

  • 드래프트: 여러 선수가 다른 팀에 선발되기 위해 자기 팀을 떠난 경우, 가장 약한 팀이 먼저 선택권을 갖습니다. 그래서 매년 최약팀이 가장 좋은 선수를 선발하게 됩니다.

  • 연봉 상한: 선수가 벌 수 있는 돈에 상한이 있다면 한 팀이 마구 돈을 붓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약한 팀이라고 해도 선수 몇 명에게는 최대 연봉을 맞춰줄 수 있습니다.

  • 선수 총원 제한: 한 팀에서 보유할 수 있는 선수에 상한이 있어 좋은 팀이 인재를 쓸어 담을 수 없습니다.

이런 메타게임 장치들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게임 밸런스를 좀 아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최약 팀이 최강 팀을 이길 수 있는 날이 있는 겁니다.

이걸 보고 메타게임을 고치는 것이 게임 밸런스를 잡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전술이 실패한 두 가지 예를 트레이딩 카드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매직: 더 게더링 초창기로 가봅시다. 어떤 카드는 다른 카드보다 희귀합니다. 어떤 희귀 카드는 같은 종류의 다른 일반 카드보다 명백하게 우월하게 됐습니다. 매직의 디자이너인 리처드 가필드는 그 희귀성 자체가 밸런스를 잡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를 옹호하자면 당시로써는 이게 불합리한 가정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희귀 카드를 풀세트로 갖추려고 수천 달러를 쓰는 사람들이 있으리라고 알 길도 없었거니와 추가적인 밸런스 장치로 작용했던 '앤티' 룰[5]을 사람들이 대체로 무시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트레이딩 카드 게임 디자이너들은 이 문제를 더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희귀도가 곧 성능"인 게임이 이따금 나오긴 하지만 (고맙게도) 그런 게임을 견딜 플레이어들은 많지 않습니다.

두 번째 예로 TCG에는 비디오 게임에는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 번 카드 셋이 출시되고 나면 끔찍한 불균형 요소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패치"로 뭔가 고칠 수 없습니다. 극단적인 경우 카드를 규제 혹은 아예 금지하거나 정오표 같은 걸 발표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경우 실용성이 없습니다. 이따금 이전 셋의 너무 강한 카드에 대항하는 카드를 다음 셋에 포함해서 밸런스를 잡으려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메타게임 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회에 나오는 모든 덱마다 카드 X가 있다고 하면, 카드 X를 쓰는 상대에게 벌을 주는 카드 Y는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메타게임 옵션이 됩니다. 하지만 카드 Y에게 다른 기능이 없다면 그 카드는 메타게임 맥락에서만 유용해집니다. 결국 메타게임을 가위(우월한 덱), 바위(대항 카드가 있는 덱), 보(나머지)로 바꾸어 놓죠. 우월한 전략이 하나뿐인 메타게임에선 이 방식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대체로 실제 게임 플레이보다는 메타게임에 이목이 몰리게 됩니다. 차라리 그냥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 덱을 다 보여줘서 승자를 결정하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건 극단적인 경우고, 이런 불균형을 피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도 있습니다. 대항 카드에 다른 유용한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게임 도중 플레이어의 선택이 결과에 큰 영향을 주고 덱 구성은 정해진 전략보다는 플레이 스타일을 좌우하도록 게임을 디자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상대가 [어떤 카드]을/를 내면, [뭔가 그 상대에게 엄청 나쁜 일]이/가 일어난다"고만 적혀있고 다른 효과는 없는 카드를 내는 게임들이 있어서 언급할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밸런스 vs. 메타게임 밸런스

프로 스포츠에서는 메타게임 해법이 게임의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TCG에서는 메타게임 수정이 땜질처럼 느껴집니다. 차이가 뭘까요?

그 이유는 스포츠의 경우 불균형이 애초부터 메타게임에 존재해서 이 불균형에는 메타게임 해법이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TCG의 경우 불균형이 게임 장치나 개별 게임 오브젝트(즉, 특정 카드들)에서 비롯되었고 메타게임 불균형은 그 증상이지 근본 원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TCG에서 메타게임 해법은 일차적 문제를 조사하지 않고 증상에 대처하는 셈입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습니다. 게임의 한 부분에서 발생한 게임 밸런스 문제가 다른 부분들로 증식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플레이테스트 중 드러난 문제가 실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불균형을 파악하고 바로 그 부분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이 불균형이 일어나는 이유, 실질적인 원인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의 원인, 다시 그 원인의 원인까지 팔 수 있는 만큼 깊이 파봐야 합니다.

게으른 사람들의 쉬운 밸런스

이 책의 레벨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이 만드는 게임의 밸런스를 개선할 수 있는 행동을 제안하고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숙제’도 줄 겁니다. 이 레벨에서는 어휘(대칭성, 결정성, 해결 가능성, 완전 정보, 메타게임)만 이야기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밸런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가장 쉬운 해결법은 플레이어들에게 맡기는 겁니다. 그 한 가지 방법이 경매 장치입니다. 경매 장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정말 신나고 매력적인 장치가 될 수 있는데, 불균형을 감추는 버팀목으로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 4에 참여하게 된 디자이너고, 오크 대 인간 게임을 밸런스 잡고 싶다고 합시다. 여러분은 오크가 인간보다 약간 더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게) 강하다고 생각해서 오크의 시작 자원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밸런스 해법이라고 판단합니다. 인간이 100골드로 시작한다고 하면…​ 아마 오크는 약간 적게 시작해야겠죠. 얼마나 적게? 네, 바로 이 숫자를 결정하는 일이야말로 밸런스인데, 여러분은 아직 그 숫자를 모릅니다.

한 가지 해법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오크를 플레이할 권리를 두고 시작 골드를 입찰하게 합니다. 둘 중 많이 입찰한 플레이어는 경매에서 집니다. 진 플레이어는 100골드를 가지고 상대적으로 약한 인간으로 플레이합니다. 결국 플레이어들 사이에 공통의 적정치가 생겨 동일한 양의 골드를 입찰하게 되고, 여기서 밸런스가 잡힙니다. 이게 게으른 디자인인 이유는 이 숫자를 파악하는 올바른 방법이 있지만 고생하는 대신 그 부담을 플레이어들에게 넘겨 밸런스를 맡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플레이테스트에서는 실제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경매를 도입해 테스터들이 어떤 대상에 대한 가치를 합의하게 하고 최종 버전에서 그에 따라 가격을 매길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에게 밸런스를 맡기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멀티플레이어 프리 포 올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선두 플레이어를 함께 몰아세울 수 있는 장치를 넣습니다. 그렇게 하면 어떤 플레이어가 불균형 요소를 발견한 경우라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협력해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장치는 다른 게임플레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너무 이목을 끌지 않으려고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우(샌드백 플레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규칙을 악용하지 않고도 잘하는 플레이어가 잘해서 벌을 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선두 죽이기 장치는 뚜렷한 악순환 고리로 작용하는데 악순환에는 다른 영향도 있습니다. 게임이 늘어진다든가, 게임 초반 실력이 후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든가, 실제 게임 실력보다는 다른 플레이어들 눈에 띄지 않는 능력이 게임에 결과에 더 영향을 준다고 느끼는 플레이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연합해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형편 없는 디자인과 밸런스 실력에 대처하는 용도로만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여러분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밸런스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교훈은 뭘까요? 제 생각에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플레이어들을 균형을 위한 버팀목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 버팀목을 치우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세요. 치우고 나니 분명히 보이는 불균형을 감추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감춰져 있던 실질적인 불균형을 찾을 수 있다면 고쳐서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경매나 선두 죽이기 장치가 게임플레이에 중요하다면 나중에 언제든 다시 넣을 수 있습니다.)

숙제

이걸 읽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아마 남는 시간에 적어도 게임 하나는 플레이하고 있다고 넘겨짚어 보겠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분이라면 연구를 위해 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있을 겁니다. 어쩌면 플레이테스트 때문에 혹은 TV(게임쇼나 프로 스포츠 경기 등)로 다른 사람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나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지켜보면서 그냥 재미로 플레이/관전하는 대신 게임 속에서 하는 행동들을 생각하면서 그 게임의 밸런스를 판단해보세요. 왜 그런 판단을 내렸나요?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면 어디서 불균형이 발생하나요? 그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고 고친다면 게임을 어떻게 바꿀 건가요? 생각에 도움이 된다면 글로 적어보세요.

이 숙제는 여러분이 조사하는 게임을 실제로 개선하자는 것보다는 게임 밸런스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이 목적입니다. 자기 게임보다는 다른 사람 게임에서 문제를 찾는 게 (실질적인 과정은 동일하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더 편합니다. 그러니 먼저 다른 사람 게임에서 불균형을 찾는 일로 시작해 봅시다.


1. http://en.wikipedia.org/wiki/First-move_advantage_in_chess
2. http://en.wikipedia.org/wiki/Settlers_of_Catan
3. 뱀과 사다리 설명
4. http://nrchapman.com/pacman/
5. 앤티 룰 설명: https://mtg.gamepedia.com/Ante